현직 정치부 기자가 쓴 소설집
현직 정치부 기자가 쓴 소설책 “로마네꽁띠”가 도서출판 사람들에서 나왔다.
1968년 경주 출생인 작가 김명석은 현재 울산제일일보 정치부 기자(국회 출입)로 경주고와 국민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경남신문 사회부 기자를 지내기도 했다.
작가는 2008년부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번 소설집에는 미발표 신작 중단편 소설 6편과 아직 영화화 되지 않은 시나리오 한 편이 수록됐다.
기자인 그가 이번에 펴낸 첫 소설집 제목은 “로마네꽁띠”이다. 로마네꽁띠는 이 소설집에 수록된 중단편 가운데 하나로,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 7층 8층 9층에 사는, 서로 일면식도 없던 세 남자가 어느 날 같은 시각에 아파트 화단 앞에서 동시에 추락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돼, 그들이 죽음을 맞게 된 사연을 속도감 있게 풀어나간 추리 형식을 빌은 소설이다.
이번 작품집에는 이외에도 자본주의적 경쟁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삶의 지표를 잃고 나아가야할 곳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방황과 그들의 엽기적인 사랑을 다룬 ‘쿼바디스 도미네’
87년 6월 항쟁 얘기를 그린 ‘풀꽃향기’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물욕의 본보기 중의 하나로 잠실 제2롯데월드 초대형 빌딩 건립 결정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춰 전투기 조종사의 비행착각과 자폐아의 얘기를 다룬 ‘버티고’
80년 광주항쟁을 경상도 동해안에 살던 한 중학교 신입생의 눈으로 바라본 자전적 소설 형식의 ‘이사’
자살 카페를 운영하며 자살도우미로 살아가는 한 남자와 재개발지역 철거민 싱글맘과의 사랑을 다룬 시나리오 ‘후회는 없다’
입던 팬티를 인터넷으로 파는 여주인공과 그녀의 하우스메이트인 된장녀 얘기를 다룬 ‘치마끈’등 6편의 중단편 소설과 1편의 시나리오가 실려 있다.
소설집에 평을 쓴 언론인 이상문은 “재미있고 속도감이 있으며 읽고 나면 통쾌하고 행복하다”며 “소설 속에는 작가의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번뜩인다”고 했다.
도서출판 사람들 135*200, 366쪽, 가격10,000원 ISBN 978-89-94607-02-3 03810
다음은 “로마네꽁띠”에 대하여 언론인 이상문이 쓴 해설 “정의가 빚어낸 통쾌한 소설”중 일부다.
그의 소설 이야기를 하자. 말갛고 짱짱한 성깔 덕에 소설 역시 속도감이 있다. 소설 속에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번뜩인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늘 마뜩찮다. 어느 구석에서나 악취가 진동한다. 참고 참았지만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던가 보다. 사내가 세상에 나서 할 수 있는 허다한 일들 중에 구부러진 세상을 곧게 펴는 일에 동참하는 일만큼 보람된 일이 없다고 친다면 그는 그 일을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사업도 시답잖고 정치에 입문하기에도 나이가 들어버렸다. 머리띠 메고 농성하려 해도 동참할 동료가 있는 직장이 없었다. 가만히 둘러보니 자신의 주머니에 든 칼날 하나가 있었다. 소설쓰기였다.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부터였던 것으로 안다. 여름날 엉덩이에 땀띠가 날 정도로 책상에 붙어 있었다. 간혹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밤을 새는 일도 있었다. 맹렬한 기세로 쓴 소설들을 가장 먼저 내게 이메일로 전송했다. 나는 그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열정에 탄복했다. 소설의 완결성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은 부질없다. 세상에는 김명석보다 잘 쓰는 소설가가 허다하다. 김경욱이 그렇고 김연수가 그렇다. 다들 김명석과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그들의 소설은 이미 날개를 달았다. 그들의 소설적 기술을 추월하기에 애당초 글러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나를 즐겁게 했다. 통쾌하고 행복했다.
남들 다하는 등단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소설을 폄하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나는 단호히 거부한다. 등단은 남들에게 인정받는 절차다. 도대체 한 개인의 시나 소설을 누가 감히 평가한단 말인가. 평가의 기준이 어디에 있기에 누구의 어떤 소설을 등단용으로 허락한다는 말인가.
이제 그의 소설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의 대학시절 내가 느꼈던 위기감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이미 나를 추월했다. 제기랄, 수많은 동료와 선배들이 속도감 있게 나를 지나쳤고 이미 그 꽁무니도 보이지 않는데 가장 가까웠던 후배가 또 나를 추월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의 소설이 가장 재미있다. 그건 아마 내가 가장 잘 아는 친구의 글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독자들도 그의 소설이 재미날 것이다. 왜냐면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정의로운 인간형의 표본적 견본의 샘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의 삶과 생각이 친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의 정의롭고 반듯한 생각이 소설에 담기고 그 향기가 어우러져 세상에 은은하게 배어가기를 바란다. 대리만족이다. 내가 완성할 수 없는 세상에 이미 그가 투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버려버린 그의 인생이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면책용 기도이다.